백일장 모음집

105 이 차 안 가득 스며든다. 우리는 외롭고 쓸쓸해지는 시간들 속에 방치되었다. 봄을 마중 나온 전령들이 된 것처럼 세 여자가 동시에 새들처럼 환호하고 속삭인다. 나뭇가지마다 소복소복 쌓 여 있는 하얀 쌀밥이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지는 순 간이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 눈을 동그랗고 크게 뜨고 창밖을 내다본다. “정말. 좋다. 이쁘기도 하네~” 볼 수 없지만, 꽃들이 이야기하고 바람이 전해 주는 봄 의 향기를 엄마의 가슴 깊이 눌러 담는다. 엄마가 그렇게 빨리 우리들의 곁을 떠날 줄 몰랐다. 가 로수 이팝나무의 꽃을 보고 온 후 당신의 표정은 전보다 편안해졌지만, 몸은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눈물이 없는 눈에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라고 한다. 엄마의 덩그런 빈자리를 보면 평생 생인손을 앓을 것 같 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픈 기억보다 행복했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올봄 거리에 다시 이팝나무 가지마다 꽃이 핀다. 엄마 의 사랑 밥을 고봉으로 담아낸 꽃들과 눈을 맞춘다. 누 구에게나 조건 없이 밥을 퍼 담아야 사랑이 담기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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