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21 여든일곱 나는 밤마다 옷을 벗는다 입혀주면 벗고 입혀주면 벗고 어둠 속에서 벗고 또 벗는다 아침이면 젊은 색시가 묻는다 할머니 왜 그렇게 옷을 벗으셨어요 나는 대답한다 그랬어? 노망 걸려서 그런 거지 하루는 색시가 물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예요 잠시 머뭇거리다 고작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게… 아직… 그걸 모르겠어 ‘결국 그것도 모르고 가는군’ 멀리서 육십 먹은 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가슴에 담고만 살아와서 밤마다 옷을 벗는다 허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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