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28 백일장 모음집 해서 재수 학원에 등록시켰다. 없는 살림에 사채 빚까지 져가면서 재수 학원 비용을 대어주셨는데 나는 미안해 하기는커녕 참고서 산다고 거짓말하고 그 돈으로 술 마 시고 놀러 다녔다. 공부가 될 턱이 없었고 수능도 망쳐 서 대학은 아예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원 서를 낸 학교에 정원 미달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알아주 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에 있는 학교였는데 정원 미달로 들어갈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엄마는 그날 “우리 아들 대학 들어갔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면서 너무도 좋아했다. 대학 입학식 하기 전날 엄 마가 나한테 “우리 아들 대학생이나 됐는데 구두 한 켤 레 사줘야겠다.”라고 하시면서 메이커 붙어 있는 유명 한 가게로 가자고 하시는 것이었다. 집이 가난해서 중학 교 문턱에도 못 가 본 어머니인지라 엄마 생각에는 대학 생은 성인이니까 회사처럼 구두 신고 다니는 줄 아셨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신발은 항상 시골장터 노점에서 파 는 5천 원짜리 짝퉁 신발 같은 것만 사주었는데 다른 아 이들이 나이키니 아디다스니 하는 메이커 신발 신고 가 는 것 볼 때마다 그렇게 아들한테 미안했다고 말씀하시 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엄마가 며칠 동안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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