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30 백일장 모음집 날 “엄마 대학이 회사도 아니고 요즘 운동화 신고 다니 지 구두 신지 않아. 엄마 신발 좀 오래된 것 같은데 이왕 나온 김에 엄마 신발 하나 사서 집에 가자”라고 말하고 “나는 괜찮다”라고 연신 손사래 치는 엄마의 신발을 한 켤레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엄 마는 “우리 아들이 사준 귀한 신발”이라고 새 신발은 가 슴에 꼭 안고 낡은 슬리퍼를 그냥 신고 오셨다. 그날 엄마의 슬리퍼를 본 이후로 나는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20년도 더 지 난 이야기이지만 요즘에도 기저귀를 갈면서 그때 생각 하면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뿐이다. 아직도 그때의 손 에 하도 꼭 쥐어서 꾸깃꾸깃한 3만 원과 엄마의 다 떨어 진 슬리퍼는 기억 속에 박제된 것처럼 생생하다. 마음에 새겨진 듯 아름다운 추억도 아닌데 자꾸 떠오른다. 엄마 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이 엄마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 마음의 빚을 더는 것이라 여기면서 갈아 드린다. 기저귀는 백 장이고 천 장이고 얼마든지 갈아드 릴 테니 오래오래 백 세 넘게 모실 수 있으면 좋겠다.

RkJQdWJsaXNoZXIy MTMyNzcx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