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46 백일장 모음집 결혼 10년 차,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장모님이 생겼다. 20년간 아내와 연락을 끊고 지냈던 장모님이 불쑥 우 리를 찾아온 것이다. 아내는 현관 앞에 서 있는 장모님 을 보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폭력적인 아버 지를 피해 집을 나갔다고는 하지만, 자식인 자신까지 버 렸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혼란 스러워했다. 소풍과 운동회 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대학에 입학하던 날, 폐렴에 걸려 지독히도 아팠던 날, 결혼식 날, 아이를 출산하던 날…. 그렇게 엄마의 품을 필요로 했던 순간만큼이나 원망도 컸던 것이다. 아내가 현관문 앞에 서서 장모님을 향해 울분을 토해 내는 동안, 장모님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 다. 아무래도 내가 중재를 해야겠다 싶어 아내를 설득했 다. 아내는 하는 수 없이 장모님을 집으로 들여 식탁 의 자를 내어드렸고, 나는 극도로 흥분한 아내 손을 꼭 잡 아주었다. 그날 이후로 장모님은 틈틈이 우리 집을 찾아 왔고, 친정 엄마를 그리워했던 아내의 마음을 잘 아는 오랜 세월의 틈을 메워준 따스한 돌봄 정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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