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와서 아내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셨다. 아내를 닮아 감정 표현에 서툰 장모님이 모처럼 큰 용기를 내서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을 교류하는 시 간들이 점차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장모님과 아내는 여느 모녀지간처럼 살가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 모님이 센터에서 돌아오면 아내가 곁에 붙어서 극진히 보살폈고, 센터에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며 많은 대화 를 이어나갔다. 아내는 ‘남도 우리 엄마를 이렇게 살뜰히 보살피는데 내가 엄마를 구박할 수 있나’라며 우스갯소 리도 하곤 했다. 아내와 장모님 사이에 존재하던 오랜 세 월의 틈을 센터와 요양보호사들이 메워준 것이다. 노년은 누군가의 도움과 손길이 가장 필요한 연령대이 지만, 자녀의 일방적인 부양만으로는 그 빈틈을 채우기 어렵다. 따라서 과거에는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아프면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는 돌봄의 짐을 온전히 개인의 어깨 위에만 올려놓지 않 고 정부와 사회가 함께 나서서 부담을 줄여주려 노력하 고 있다. 특히 노인 장기요양보험 같은 사회 안전망과 요 양보호사들의 헌신적 돌봄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아내는 얼마 전에 돌아가신 장모님이 생각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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