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백일장 모음집 할머니가 오기 전까지 뻐꾸기는 울지 않는다 할머니가 억센 손으로 뒷덜미를 잡아 얼굴을 가까이 댔다. 제발 자기 좀 봐달라고, 너는 느그 할미가 불쌍하 지도 않냐며. 또 시작이었다. 정말이지 넌더리가 날 지경 이었다. 금세 손자국이 남아버린 뒷덜미는 지난 세월을 보여주듯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팔십 가까이 먹은 할 머니는 날이 갈수록 어린아이처럼 변해갔다. 관심을 갈 구하는 아기처럼 속절없이 울었다. 조금이라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화를 냈고, 잔뜩 쭈글쭈글해진 손 이 억세게 목덜미를 쥐어왔다. 참다못한 아픔에 소리를 지르면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손등을 어루 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 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르내렸고, 정신이 갈팡질팡했 다. 당신도 그런 모습이 답답한지 자주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혀를 끌끌 찼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늙고 노쇠해 져 종이 쪼가리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으로 악을 쓰 더니 드디어 이성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생의 절반을 털 어낸 파리한 손끝이 깃털처럼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가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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