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66 백일장 모음집 늘 자고 가야겠네’ 하며 안방 한구석에 이부자리를 깔던 모습을 잊을 리가 없었다. 마치 시간에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았다. 그 흔한 티비도 없을뿐더러 게임기도 고사하 고 인터넷마저 되지 않는데도 시간은 폭포처럼 흘렀다. 당시에는 원인을 찾으려 무던히도 노력했으나 결론은 똑 같았다. 암만 봐도 할머니가 시간을 집어삼킨 게 아닐까. 숭덩 잘라낸 시간을 분명 어딘가에 숨겨 뒀을 텐데, 아무리 찾아도 시곗바늘만 속절없이 움직였다. 욕심 많은 노인 네, 결국 혼자만 젊어지기로 작정했나 보다. 그게 아니고 서야 혼자만 거꾸로 나이를 먹을 수 있나. 당신 손녀딸은 갈수록 늙어 가는데, 할머닌 어제 오늘도 분간을 못 할 정도로 어린아이가 돼갔으니까. 이제야 시간을 어디다 숨겼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오늘도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간 공간에서 할머니의 흔 적을 쫓았다. 숱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할머니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삶의 지혜를 일러주고 사랑을 나눠주 던 사람이 아니라 치매가 걸린 어린아이만 덩그러니 놓 여 있을 뿐이었다. 언어를 잊고 이성을 상실해 가는 할 머니가 점멸하고 있는 초라한 집, 난 무얼 찾자고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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