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67 매일 들락날락하는 걸까. 치매인 할머니를 돌본 지도 어언 2년이 훌쩍 넘어간다.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변한 것이 라곤 할머니뿐인 초라한 집을 오늘도 들쑤셨다. 빛이 나 는 조개가 붙은 장롱과 옥색 식탁, 그리고 곳곳에 걸린 십자수를 부러 건드리지 않았다. 모든 게 그대로여야 할 머니가 돌아올 것만 같아서. 할머니가 기억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쌀쌀맞게 뿌리친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할머니한테 한 번 목덜 미를 잡혔고, 두 번 울었다. 할머니의 희뿌연 머리칼을 한 번 다듬었고, 잔뜩 낡아진 옷들만 가득했던 옷장에 는 섬유유연제 향이 나는 니트가 걸렸다. 보기만 해도 더워 보였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다가 다시 아우터를 꺼냈다. 그새 달력을 한번 갈아치웠다. 할머니는 어제 뭘 했는지조차 기억을 못 했고, 매일같이 보는 손녀의 얼굴 도 잊었다. 여전히 나는 자주 목덜미를 잡혔고, 할머니는 그때마다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악쓰던 모습이라곤 없었다. 그냥 얼굴 곳곳에 보이는 천덕스러움이 무의 상 태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할머니가 수많은 기억을 저 멀리 잊어버린 끝에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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