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나절 넘게 할머니를 찾지 못하는 날이면 눈앞이 아득해 졌다. 슈퍼마켓에도, 지하철 역에도, 있어야 할 집에도 다시 돌아와 봤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그때 할아버지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와달라는 곳은 응급실 이었다. 빗길에 쓸려 아스팔트에 넘어졌는지 온몸이 흙 투성이였다. 듬성듬성 보이는 여린 손끝이 목덜미가 아 닌 옷자락을 쥐어왔다. 우리는 이때를 기점으로 할머니 의 앞날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담당 의사와 요양보호사는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판단은 우리 몫이었지만, 말의 무게가 막막했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집 밖으로 달 음박질치는 할머니를 막을 요령이 없었으며, 갈수록 어 린아이가 되는 것 또한 버거웠다. 결국 우리는 비겁한 핑 계 뒤에 숨었다. 할머니가 떠나는 날은 쌀쌀했다. 요양원 입구만큼은 환한 빛으로 모든 걱정들이 점멸하듯 끔뻑거렸다. 그곳 에서 다신 못 볼 사람처럼 작별 인사를 하고, 할머니와 꽉 맞잡은 손을 놓았다. 이젠 당신의 손녀딸마저 알아차 리지 못하는 할머니한테 연신 사랑한다는 말을 중얼거 렸다. 매일같이 할머니를 돌보던 시간은 구멍처럼 도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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