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70 백일장 모음집 져 1분 1초가 숭덩숭덩 빠졌다. 공허했고 때론 쓸쓸했다. 꾸역꾸역 하루살이처럼 학교에 가고, 친구도 만나고, 돈 도 벌었지만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더디게 가 는 시간을 앞지르지 못해 질질 끌었다. 오래된 버릇은 남 주지 못한다던데, 그래서일까. 정신차려보니 또 할머 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실 이기적인 건 알지만 할머 니가 어떻게든 거기에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썰렁한 집 안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가 폐부 속 깊이 파고들어 심장을 도려냈다. 온 혈관이 예민해져 역류했다. 할머니가 없는 이 집은 정지한 것과 마찬가지 였다. 째깍거리는 소리가 더디게 흐를수록 여기가 어딘 지조차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멍을 때리다 문득 공허한 시선이 괘종시계로 향했다. 핸드폰은 이미 6시를 훌쩍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 으나 뻐꾸기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새 건전지가 다 됐을 까, 아니면 망가지기라도 했나. 이성은 분명 논리적인 상 황을 가리켰으나 이상하게도 생각은 할머니로 귀결됐다. 할머니만 오면, 당신만 오면 뻐꾸기가 다시 울지 않을까. 사실은 할머니가 정말 그리웠다. 목덜미를 억세게 잡을 때마저 맞닿는 손길이 따뜻했고,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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