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87 할머니는 말없이 웃고 있었다 그 위로 분홍색 매니큐어가 주름진 손 위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물고기 할머니는 자신의 손에 쏟아진 관심을 기쁘고 소중하게 여겼다 나는 말을 하지 않는 물고기 할머니의 웃음을 귀하게 생각했다 참새 할머니는 날아다니다가도 꾸준히 내 주머니를 먹을 것들로 채워주었는데 배곯다가도 참새 할머니가 채워준 주머니만 보면 마음이 불렀다 참새 할머니가 나에게 주려고 이것저것을 아껴두었다는 것을 알았다 먹기 아까운 마음을 안고 불어나기만 하는 주머니가 나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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