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17 2018년 10월 22일 은행이 떨어지는 가을날, 투석 병원에서 어르신을 처 음 만났다. 키가 작고 왜소한 몸에 밖으로 튀어나온 혈관은, 오랜 세월 투석의 흔적을 말해주었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20년 전부터 투석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관절도 좋지 않아 못 걸으시어 휠체어를 타고 계셨지 만 밝은 미소로 환하게 반겨 주셨다. 7월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처음으로 어르 신을 케어하게 되어 낯섦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어르신 께서는 가슴으로 포근히 감싸주셨다. 어르신은 늘 딸 한 명만 있어 외롭다고 하시며 “내 딸 하자~ 정말 내 큰딸 해라”하고 말씀하셨다. 나도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 리웠기에 우린 서로를 의지하며 지냈다. 더 긴 세월 함께하고 싶었지만 2020년 추운 초봄에 어 르신은 우리 곁을 떠났다. 함께하는 시간에도 물 한 모금 마음대로 못 드시고 기 은행이 떨어지는 계절이면… 류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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