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백일장 모음집 돌봄은 ‘들여다봄’으로부터 이 집에 이사 오던 날, 집주인에게 반지하층에 할머니 한 분이 거주하시는데 시각 장애가 있고 기초수급자이 니 그 댁에는 공과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전해 들었 다. 내가 가장 아끼는 사촌 동생이 선천적 시각 장애가 있어서인지 잠시나마 마음이 쓰였지만, 바삐 살다보니 어느샌가 그 마음은 묻히고 말았다. 몹시도 덥던 때.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찬이, 이따금씩 할머님 댁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 다. 얼른 들여다 놓지 않으면 행여나 상하지 않을까 염려 스러움에, 내 오지랖이 시작됐다. 생각해보니 가족은 안 계시는 것인지 그동안 동네 길고양이들이 물이나 얻어먹 으려고 기웃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날은 고양이가 아 닌 내가 문을 톡톡 두드렸다. “저 할머니, 저 위층에 사는 사람인데요.” “예, 무슨 일이신데요?” “날이 너무 더운데 바깥에 놓인 반찬들 다 쉬어버릴까 봐요. 얼른 들여놓으시라고요.”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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