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197 “아이고, 예. 고마워라.” 할머니와의 첫 대화는 이것이 전부였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퍽 자주 할머님 댁에 내려가곤 했 다. 사다 놓은 제철 과일이 많다는 핑계로 과일을 손질 해 가져다드리고, 부추전이 맛있게 됐다며 몇 장 부쳐 내려가기도 했다. 할머님 뒤로 슬쩍 보이던 좁은 집 안 에 에어컨 대신 선풍기 한 대만 놓여 있는 것이 신경 쓰 여서 시원한 음료와 냉찜질팩을 건네기도 했다. 몇 번의 만남과 대화가 오가니 할머님에 대해 아는 것 이 더 생겼다. 퇴행성 질환으로 걸음이 불편하고 잔존 시력이 거의 남지 않아, 전맹에 가깝다는 것. 그래서인지 한번은 넘어지면서 생긴 무릎의 상처가 눈에 띄어 약을 발라 드리고 생필품을 사야 할 때는 가끔 동행하기도 했 다. 할머니 손톱 주변으로 죄 일어나 있는 거스러미들을 정리하는 것도 종종 내 몫이 되었다. 한 번씩 지자체에서 할머니의 안부를 여쭙고 건강 상 태를 확인하러 방문한다. 지나가면서 그분들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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