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일단 동네 할머니들에게 틈틈이 챙겨봐 달라고 부탁하 고, 장사를 나가서는 수시로 할머니께 전화를 해 상태를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치매 초기 여서 할머니 혼자서도 집 안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실 수 있었다는 점이다. 띄엄띄엄 나타나던 할머니의 치매증상은 시간이 흐르 면서 차츰 빠르게 진행되어 갔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서부터는 마실을 가셨다가 집을 못 찾아오시거나, 자식인 아버지를 아예 못 알아보기도 하셨다. 심지어는 당신의 이름을 까먹고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셨다. 집에 내려갈 때마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변해가는 모 습을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훨씬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 치매를 앓으며 표정도, 음성도 바뀌어버린 할머니는 점 점 1차원적인 어린아이로 변해갔다. 때론 음식이며 신발, 주방 기구 등을 장롱 깊숙이 넣어두곤 아무도 손을 대 지 못하게 하셨고, 예전 같지 않게 화도 자주 내시면서 점점 낯선 사람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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