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백일장 모음집 봄날과 어느 불효자 사방이 꽃 천지다. 공휴일이 되면 매의 눈으로 인터넷 을 뒤져가며 숨은 명소 찾기를 한다. 곳곳에서 매화 축 제, 산수유 축제, 벚꽃 축제, 진달래 축제를 하며 유혹하 고 있다. 행여나 나만 뒷방 늙은이 냄새 풍길까 싶어 조 바심이 난다. 봄나들이 준비를 하고 산으로, 바다로, 섬 으로 가서 살아 있음을 뽐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살아 있음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만남과 기억과 상 상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봄 날처럼 따스한 계절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친정 엄마도 돌아가시기 전에 나처럼 봄을 좋아했다. 파킨슨병을 오랫동안 앓았던 엄마는 펭귄처럼 뒤뚱거리 는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걸었지만, 유난히 봄날의 꽃을 좋아했다. 웅크린 잠에서 깨어난 꽃이 엄마의 존재 를 증명이라도 해줬던 것일까. 아니면 만개한 하루 속에 서 낮과 밤을 사는 꽃잎들이 엄마에게 어떤 안부를 건 넸던 것일까. 엄마는 어르신 보행기를 끌고 다니면서도 예쁜 꽃을 보거나 꽃나무에 좋다는 영양제를 보면 그냥 오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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