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지나치지 않고 사온 후, 나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집 에서 어떤 일을 혼자 못 하면 그냥 포기할 법도 한데 나 에게 꼭 전화를 했다. 그럴 때면 따르릉 전화 노이로제 가 걸릴 정도였다. 꽃도 자랑할 겸 나에게 전화를 해서 “맛있는 거 있다”며 먹으러 오라 했다. 나는 속으로 ‘안 먹고 일을 안 하자’라는 생각이 많아 핑곗거리를 찾기 바빴다. 엄마 집에는 몸이 불편한 노인이 가꾸었다고 믿 기 어려울 만큼 푸르고 크고 예쁜 화분들이 많았다. 엄 마는 푸르른 화분을 보며 위안을 받은 듯했다. 식물처럼 움직임이 없는 몸과는 달리 마음은 병아리처럼 여린 엄 마는 이런저런 축제장이나 맛있는 음식점을 자주 가고 싶어 했다. 거동이 원활하지 않는 엄마를 모시고 다니 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어버이날, 생신 등 특 별한 날이 아니면 모른 척했던 불량한 마음씨가 지금은 눈시울을 닦을 뿐이다. 간혹 엄마를 모시고 다니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이 나를 효녀라고 칭찬이라도 하면 양심 에 난 털이 쭈뼛거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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