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220 백일장 모음집 공식적으로 병원, 은행, 미용실, 목욕탕은 꼭 내가 모시 고 가야 했다. 그 일도 버겁기에 안 가도 그만인 축제장 은 아예 기웃거리지도 않았다. 끼니를 해결할 밥이 아닌 커피숍에서 엄마와 함께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는 내게 더더욱 없었다. 결국 나는 엄마에게 마음의 지팡이가 되어주지 못했 다. 아니 마음의 지팡이를 거부했다. 휘청거리는 엄마 마 음의 위태로운 직립은 눈에 보이지 않아 무시했다. 엄마 가 돌아가신 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슬픔에 멱살이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자책감으로 사나흘 앓으며 벙벙히 고인 눈물과 미안함이 늙어갔다. 하지만 그때는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했다. 이런저런 일로 불려 다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명분 있는 자구책으로 파트 타임이라 는 일자리 피난처를 찾아다니곤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 의 혜택을 더 크게 받은 남동생에게 모셔 가라고 협박 을 하기도 했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두지만 열 자식 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처럼 나도 어쩔 수 없는 못 나고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하루는 엄마가 밤 11시쯤 물을 마시다가 컵의 물을 바 닥에 쏟아 미끄러져 다쳤다고 연락이 와서, 한밤중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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