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222 백일장 모음집 안을 다녀오며 사 온 봄 열무를 한 주먹 싸 먹었다. 먹다 보니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났다. 그날은 엄마 가 어린 열무를 쌈 싸서 먹고 싶다며 전화를 했다. “아야, 말바우 시장 가서 하우스에서 키운 것 말고 콩 밭에 심은 열무로 실한 것 한 다발 사오니라.” 엄마는 그 열무 한 단으로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입 속에 풋풋한 자유를 선물했다. 효녀 딸이 엄마가 좋아 한 걸 알고 사 왔다며 자랑까지 했다. 나는 부끄러워 도 망가고 싶었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이 비수처럼 심장 에 꽂혀 더욱 미안했다. 엄마는 늘 지인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다. 가을이면 참기름도 많이 짜서 나누었다. 깨를 턴 마른 꽃대궁처럼 엄마는 야위었지만 꽃자리의 어여 쁜 기억처럼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겨주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삶은 늘 참기름처럼 향이 났다. 무뚝뚝한 오후도 엄마와 함께하면 오후의 말투는 다정해졌다. 쓸쓸한 해 질 녘의 눈빛도 엄마 덕분에 따스해지며 붉게 물들어갔다. 노을이 붉다. 봄을 좋아한 엄마가 노을꽃을 보러 잠시 다녀가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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