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백일장 모음집 돌봄의 등불을 켜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가족 중 울지 않은 사람은 오빠가 유일했다.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해 불규칙적으로 밀려드 는 조문객들을 응대하는 일도 오빠의 몫이었다. 틈틈이 쪽잠을 자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조문객이 뜸해진 새벽 녘이면 기어이 몸을 누이고 마는 우리와 달리, 오빠는 눕는 법도 없었다. “잠시 눈 좀 붙여.” 혼자 잠들기가 겸연쩍어 슬쩍 한 마디 던지고는 오빠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이내 잠들어버렸다가 한 참 만에 일어났을 때도 오빠는 늘 깨어 있었다. 벽에 등 을 대고 앉아 영정사진 속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 을 때가 많았다. 슬픔이라는 부채에 시달리며 때때로 부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우리와 달리 오빠는 모든 행동 이 자연스러웠다. 애써 웃음을 감추는 법도 없었다. 돌아 보니 그것은 준비된 사람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오빠는 장남으로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기대를 한 몸 에 받고 자랐다. 그러나 오빠는 기대 속에 성장하기보 박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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