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다 위축되었고 결국 엇나가기 시작했다. 오빠의 오랜 방 황을 멈춰 세운 것은 엄마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일이었다. 시집간 언니는 수화기 너 머로 울기만 했고 직장 생활을 하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오빠는 두말 않고 그 길로 집에 돌아와 엄마 곁을 지켰다. 언니와 함께 자질구레 한 일을 돕기는 했지만 중심축은 오빠였다. 가족들은 점 점 오빠를 의지했고, 엄마는 오빠의 돌봄에 익숙해했다. 가끔 오빠를 대신해 병원에서 하룻밤 엄마를 돌볼 때에 도 몇 번이고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엄마가 키위 를 드시고 싶다는 건 생과일이 아닌 키위 음료를 말하는 것이란 걸, 음료를 드실 때 빨대는 흡입하는 데 힘이 들 어서 싫어하신다는 걸, 가족 중에 유일하게 오빠만 알고 있었다. 퇴원 후 요양을 하던 어느 날 밤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 화된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에도 오빠는 마치 예상했던 일이었다는 듯 침착하게 대응했다. 엄마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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