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46 백일장 모음집 보며 엄마를 붙잡고 있던 병마의 기질에 대해 조사하고 대비했었다고 했다. 엄마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는 사실을 담당의로부터 전달받기 전부터 오빠는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옷장에서 앨범을 뒤적여 엄마 의 영정사진을 골랐고, 엄마의 휴대전화를 살펴 지인들 의 연락처를 찾아두기도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허우적거리며 슬픔에만 목메던 우리와 달리 오빠는 가 까운 장래를 예측하고 정확한 시기에 해야 할 일을 준비 하고 시행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암흑 속에서 오빠는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모두 등불에 의지해 길고 지난한 그 길을 지나왔다. 엄마가 떠난 후 오빠는 한동안 말없이 두문불출하다 가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평 생 어떠한 일에도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은 적이 없었던 오빠는 한 번의 멈춤도 없이 실습까지 마치며 정식 사회 복지사가 되어 요양시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육체적 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고 벌이도 변변찮아 보이 지만 오빠는 불평하는 법이 없다. 돌봄은 빛나는 직업이 아니라 빛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이 빛의 반경이 넓을 수록 많은 사람들이 안정과 안락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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