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백일장 모음집 어느 봄 햇볕 좋은 날, 나는 집 앞에서 제기차기를 하 며 놀고 있었다. “거 시끄럽다 마. 저리 밖에 나가 놀아꾸마” “와 뚱땡이 할머니다” 아이들이 삽시간에 우‐하는 소리를 내며 밖으로 흩어 졌다. 그리고 집 앞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모여 “뚱땡이 할머니는 뚱뚱해서 걷지 못하고 굴러다닌데요~ 문지방에 끼어 데굴데굴 굴러다닌데요~” 하며 합창했다. 그 소리에 할머니 아들이 “이놈 새끼들” 하며 소리를 지르자 우리는 무서워 이크, 이크 거리며 동네 뒷산 혹 은 공터로 흩어지기 일쑤였다. 다세대 집이 다닥다닥 붙 어 있는 달동네에서 해외로 돈 벌러 가신 아버지, 새벽 4 시에 나가 밤 12시에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대신해 8살, 11살 우리 남매를 돌봐주는 사람은 동네의 같은 처지인 바로 ‘우리 자신들’이었다. 집집마다 돌아가며 자신의 집에서 싸온 밥과 반찬을 먹고 하루 종일 동네에서 나가 놀다 저녁이면 늦게 들어 돌봄의 상생을 켜다 정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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