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51 “정말 괜찮은 거니?” 아저씨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네 그럼요. 저 어릴 적에 할머니가 많이 돌봐주셨는걸요.” “그럼 이거라도” 아저씨가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몇 장을 뒤적거리신다. “괜찮아요. 제가 필요할 때 말씀드릴게요.” 머쓱거리는 아저씨에게 손을 내미니 아저씨가 열쇠를 쥐여 주셨다. “걱정마세요. 저도 생각이 있으니까요.” “그래… 진짜 미안하다. 어쿠 시간이 이렇게… 일단 다 녀오마” 아저씨가 종종 걸음으로 골목길로 사라지는 것을 보 고 나는 자물쇠의 열쇠를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일 제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듯한 커다란 괘종시계 초침 소 리, 방 한 칸을 지나쳐 살짝 열린 작은방의 문틈 사이로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온갖 약통과 약에 취한 듯 잠 들어 계신 할머니. 나는 그 방문을 열고 들어가 구석 벽 에 기대어 앉아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책은 고전이었 지만 사실 책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책을 살 짝 내려 보이는 틈 사이로 할머니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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