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52 백일장 모음집 뚱땡이 할머니란 별명이 무색하게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었다. 불과 10여 년도 안 되어서 이렇게 나이가 드 시다니. 무엇보다 늙은 사람에게 나는 특유의 냄새도 없 으셔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약 냄새 빼고 가구의 오래된 냄새 말고는 좋은 냄새가 났다. 생각해보니 뚱땡이 할머니에겐 항상 좋은 냄새가 났다. 조금 있다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물을 찾으시는 듯했다. 손을 더듬거리시며 ‘아 앞이 잘 안 보이시지’ 하 는 생각에 나는 얼른 다가가 잔에 물을 따라 손에 쥐여 드렸다. “누구냐? 용석이는 아닌 것 같은데” 용석이는 뚱땡이 할머니 아들 이름이다. “아, 저 양선이에요.” “양선?” 뚱땡이 할머니의 감긴 눈이 뜨였으나 초점이 없는 눈 이었다. 어딜 보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네. 옆집 양선이요.” “아, 그 말괄량이 선 머슴애” “큭큭… 맞아요.”

RkJQdWJsaXNoZXIy MTMyNzcx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