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80 백일장 모음집 동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성격도 유별난 데다가 거동까지 불편해진 아버지를 전 적으로 돌보겠다고 나서는 자식은 없었다. 그건 나도 마 찬가지였다. 남편과 자식들을 설득해가며 정이 없는 아 버지 곁에서 전적으로 수발을 들 자신이 없었다. 고민스 럽던 차에 제부가 조심스럽게 돌봄 노동 얘기를 꺼냈다. 치매나 뇌 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환을 앓아 일상생활 이 곤란한 65세 노인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신체 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얼마 후 요양보호사가 큰남동생 집으로 찾아와 아버지 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봐주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아버지는 돌봄 서비스를 아무 불만 없이 잘 받으셨 다. 아마도 자식들과 달리 당신의 말을 꼼꼼하게 잘 들 어주고 살펴주는 요양보호사를 더 편하게 느끼셨던 것 같다. 괴팍해서 감당하기 힘든 성격을 가진 아버지도 그 요양보호사 앞에서는 고분고분 해지셨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두 달씩 돌아가며 모시기 로 한 약속을 바꿔, 장남인 큰남동생이 사는 본가에서 계속 아버지를 모시기로 논의했다. 당시 아버지가 요양 보호사를 믿고 잘 따랐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RkJQdWJsaXNoZXIy MTMyNzcx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