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86 백일장 모음집 시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유달리 충동조절이 어렵기에 간혹 폭력 증세를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친근감 조성을 위해 일체의 모든 할머니들을 ‘엄마’, 할아버지들을 ‘아 빠’로 불렀다. “엄마! 나왔어요~ 잘 계셨어?” “저 썩을 년이 누군지 남의 집에 막 기어 들어와? 얼렁 안 나가?!” “오메, 나가 지난달에 왔는데 엄마나 또 까먹었구나~” 그 댁에 가면 언제나 초반 5분은 고무신이며 부지깽이 며 무조건 집어던지고 보는 어르신을 진정시키느라 진땀 을 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허리에 땀이 쭉쭉 흐르 는 여름날, 털털대는 낡은 선풍기를 끌고 뽀짝 뽀짝 엉덩 이걸음으로 어르신께 다가가 액살을 떨었다. 어르신께서 살짝 숙지근해지신 틈을 타 ‘최신 병기’ 블루투스 마이 크로 구성지게 트로트 한 곡을 뽑아드렸다.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돌아가신 지 20년도 더 된 할아버님께서 자주 불러 주 셨다는 〈청포도 사랑〉은 어르신 전용 특효약이다. 이 노 래를 들을 때마다 어르신은 천진난만한 아이가 된다. 할 아버님께서 생전에 얼마나 어르신을 사랑하셨는지,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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