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87 로 어르신 댁 뒤꼍에는 주렁주렁 제법 몸집을 불린 청포 도 나무들이 얼기설기 모여 있다. 이제는 광주 사시는 큰 아드님 부부가 와서 돌봐드린다는데, 어르신은 이 청포 도나무가 왜 있는지는 잊었으나 한 번씩 산책 삼아 보러 가신다고 하니, 사랑의 흔적이란 것은 노화의 병뇌로도 지울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경계심이 풀릴 즈음에 어르신에 관한 상담 일 지를 작성한다. 예전엔 일일이 손으로 썼다는데, 최근에 는 세상 참 좋아져서 모바일 앱으로 작성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수급자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홀로 사시는 어르신께는 직접 손으로 이름을 적 게끔 한다. “뭔 지랄 났다고 다 늙어빠진 할망구 이름을 써 갈라 그랴! 어디 이상한 데다 팔아넘기려 그러는 거 아냐?” “아따, 여든이 넘은 엄마를 어디다 팔아묵겠는가. 나가 여가 딱 붙어 갖고 효도할라니까 이 핀 이름 써 보시고 나랑 노래 한자리 더 합시다.” 맞잡은 손에서 미끌미끌 땀이 찰 때까지 옥신각신 함 께 이름을 쓴 뒤, 능청스럽게 잡은 손을 흔들며 트로트 한 곡을 더 불렀다. 놀라운 것은 노래가 끝날 즈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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