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88 백일장 모음집 손뼉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빼는데 어르신이 그걸 귀신처럼 알아챈다는 것이다. “이 썩을 년이 가려고 여시같이 손모가지 쏙 빼는 거 보시오잉?” 가니까 서운하냐고 옆구리를 쿡 찌르면 당장에 빗자루 를 집어 들며 불호령이 날아온다. 처음에는 어르신의 거 친 언행에 울먹거리며 이 집을 나오는 날도 있었더랬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짧은 만남과 이별이 어르신께 어떤 의 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저 내가 드릴 수 있는 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상큼한 청포도 향이 가득한 이 곳에 다시금 어르신을 만나러 오겠다는 강고한 다짐뿐. 쏟아지는 여름볕, 눈이 시리게 푸르른 논밭을 가로질 러 트로트 가락을 흥얼대며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그 불 규칙한 박자에 맞춰, 트렁크에 실린 휠체어가 탬버린처 럼 짤랑짤랑 흥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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