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90 백일장 모음집 변변한 효도 한번 못 해 보고 후회만 남길 뻔했다. 의식 없이 침대에 누워 계신 장인어른은 수분기를 잃어버린 식물처럼 파삭했다. 평소 강단 넘치던 장인어른이 저렇 게 왜소한 분이셨나 싶었다. 침대 위에 초라하게 누워 계 신 모습에서 그간 장인어른이 짊어지고 온 삶의 무게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얼마 후 의식은 돌아왔지만, 당신의 의지대 로 몸을 움직이진 못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치료를 받으 면 지금보다는 상태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했지만, 얼 마 전까지 에너지 넘치시던 분이 하루아침에 중증 환자 가 되어 말까지 어눌하게 하시는 것을 보니 너무 당황스 러웠다. 뇌출혈은 장인어른에게서 몸의 반쪽 기능을 빼 앗아 갔다. 왼쪽 편마비가 온 장인어른을 혼자 지내게 할 수 없어 퇴원 후 우리 집으로 모셨다. 며칠 동안 휴가 를 낸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면서 장인어른께 식사를 챙 겨드리고 손발이 되어드렸다. 일단 우리 집으로 모시기 는 했지만, 아내가 다시 일을 나가게 되면서 집에 혼자 계시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거동이 불편하 고 침대에 누워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마음도 점점 약해지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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