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91 “나는 너무 신경 쓰지 마. 너희들만 아프지 않고 잘 지 내면 돼. 아버지는 그거면 돼!” 하루는 장인어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어 눌한 말투였지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어하는지 진심이 또렷하게 전해졌다. 당시 우리 형편에 간병인은 언감생 심 꿈도 꾸지 못했다. 나와 아내의 노력만으로는 장인어 른을 보살펴드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죄송 스러웠다. 퇴근 후 팔과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말벗을 해 드리는 것 말고는 누워 계신 장인어른을 위해 따로 해드 릴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내는 일을 하고 돌아와 힘에 부 칠 때면 이따금씩 장인어른을 향해 짜증을 냈고, 그런 날은 밤새 뒤척이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즈음 나라에 서 지원해 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알게 되었고, 장인 어른께 설명드리자 흔쾌히 동의하셨다. 이윽고 요양보호 사 선생님이 집으로 오셨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돌봄 서비스가 우리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순간이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인품이 있으신 분이셨다. “두 분 이 맞벌이를 하니까 아무래도 어르신 걱정이 많았겠어 요. 이젠 마음 푹 놓으세요. 제가 저희 아버지처럼 잘 챙 겨드릴게요.”라면서 다독여주는 말투며 눈빛이 참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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