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모음집

096 백일장 모음집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우회전 후 파리○○○에서 11시 방향입니다” K는 종종종 걸음이 바쁘다. 처음 가는 동네를 익숙하 게 맞으려면 걸음이라도 빨라야 한다. 그래야 스치듯 지 나는 이상한 눈들을 피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의 길 찾 기 앱을 읽으며 몸과 다리는 좌회전 우회전 직진 긴장감 을 유지해야 한다. 오전 9시도 안 되었는데 봄볕은 따갑 고 때 이른 더위에 땀이 송송송 피어난다. KF94 마스크 로 무장한 돌봄의 봄 하루가 길어질 조짐이 보인다.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 예정입니다” “휴우!” K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고 만나기로 한 얼굴을 찾느 라 두리번거린다. 그러자 예쁜 공원의 아버지 같은 나무 가 세한 바람 소리를 내며 K를 환영하는 듯 평화롭게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저절로 송글송글 맺힌 땀이 식는다. 아무도 없다. K가 먼저 도착한 모양이다. ‘그럼 그렇 지!’ 잠시 후 정해진 시간 안에 얼굴이 나타나고 K는 말 위풍당당 돌봄의 봄 하루 이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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